마음에 품어두었던 유명한 맛집이 배달 어플에 어느 날 ‘뿅’ 하고 등장한 적이 있는가? ‘배달 가능 지역’이 두 발을 딛고 있는 땅일 때, 심지어 배달팁이 2천 원 이하일 때의 감동과 설렘이란. 그 반가움은 오래 만나지 못했던 동창과의 우연한 만남보다 더 클 때도 있다는 것을 느껴본 사람만 알거다.

출처Unsplash

맛집, 특히나 ‘술집’ 탐방은 좋아해도 줄서기는 누구보다 싫은 필자는 최근 배달의 세계를 탐닉 중이다. 호시탐탐 배달어플에 들어가 어떤 맛집이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는지 찾아 보는 재미에 빠진 것.

기본 웨이팅이 1시간이라는 유명 맛집들, 배달 어플로 심지어 내 지갑을 털어(★중요★) 주문해 봤다. 과연, 그 명성에 비례하는 맛일까?

가끔 댓글에 ‘이런 글 쓰면 얼마 받냐’, ‘뒷광고’ 같은 말이 달려 인증 내역을 올려봅니다. 세 곳을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광고가 필요 없을만큼 인기가 대단한 곳들입니다..

1.다운타우너 한남

유난히 대기시간이 길다는 다운타우너 한남, 이유는 본점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 것이다. 한 때는 블랙핑크, 엑소, 방탄소년단 등 유명 연예인들도 줄 서고 먹었다며 입소문이 자자했던 그 버거집 맞다.

토요일 늦은 오후, 주문을 넣은 후 현관까지 햄버거를 받는데 걸린 시간은 25분, 점심시간대를 비켜 주문해서인지 신속히 받을 수 있었다.

아보카도 버거, 베이컨 치즈버거, 스파이시 치폴레 프라이를 하나씩 주문했다. 종이곽에 들어있어 먹기 편하고 무엇보다 한 입에 빵과 패티를 베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아담한 사이즈다.

아보카도 버거가 가장 인기가 많다고.

거칠고 두툼한 느낌의 패티와 짭짤한 치즈, 그리고 입에서 녹아 사라질만큼 후숙이 잘 된 아보카도의 조화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진다.

스파이시 치폴레 프라이는 매콤한 소스맛이 중독적이어서 소스통을 싹싹 긁어 먹을 정도. 미국의 ‘치폴레’의 매콤새콤한 소스 맛이 그립다면 대체 할만한 맛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훌륭한 소스맛에 비해 감자튀김은 흔한 냉동감자인 듯해 내심 아쉽다.

베이컨 치즈버거는 기본에 충실하다. ‘Simple is the best’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햄버거는 작아 보이지만 속은 꽉 차있어 성인 남성도 만족스러울만큼 배가 부르다. 묵직한 한 방이 있는 버거.

별점 : ★★★★☆

한줄평 : 한 때 ‘맥세권’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면 이제는 ‘다세권’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다운타우너에서 줄을 서고 있는 이들에게 슬며시 근처 공원에서 배달을 시켜 먹으라 알려주고 싶다.

페어링 : 햄버거 소스가 생각보다 매콤해 맥주가 확 당긴다. 달콤함과 씁쓸함의 밸런스가 좋고 홉향이 강한 IPA, 혹은 사진 속의 페일 라거 같은 맥주가 좋다.

2.벽돌 해피푸드 압구정 & 이태원

오리엔탈 퀴진 레스토랑, 벽돌 해피푸드는 마음 속으로 선정한 마라탕 1등 맛집이다. 마라탕 육수의 산초맛과 땅콩소스의 밸런스가 기가 막힌다. 명절 상차림처럼 푸짐한 재료는 말할 것도 없다.

해피푸드 지점은 이태원과 압구정 두 곳인데 1시간 웨이팅은 기본이요, 때로는 평일에 가도 2시간을 기다린 기억도 허다했다. (음식점 대기를 ‘극혐’하지만, 오직 마라탕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기다렸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발길을 끊었던지라 배달 어플에서 해피푸드를 발견하고 정말 행복해서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아쉽게도 마라탕은 배달이 되지 않았다. 다른 사천식 퓨전요리가 많으니 일단 ‘정’으로라도 시킬 수 밖에. 서둘러 동네 친구도 불렀다.

사천식 돼지고기 튀김과 토마토 계란볶음을 주문했다. 음식 조리 시간이 10분, 배달이 10분, 도합 20분도 채 걸리지 않은 놀라운 속도였다. 뚜껑을 여니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매콤달콤한 소스를 입힌 사천식 돼지고기 튀김은 꿔바로우의 식감과 비슷하다.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하니 큼지막한 크기여도 먹기 좋다. 함께 튀겨나온 바삭한 건고추와 땅콩은 식사가 끝난 후에도 훌륭한 안주가 된다.

토마토 계란 볶음은 일본식 차왕무시를 무시해버리는 극강의 부드러움을 보여준다. 뜨끈한 밥 위에 올려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별점 : ★★★★★

한줄평 : 벽돌 해피푸드는 완벽하다. 다만 사심을 담아 한 줄 적자면 마라탕은 밀키트 출시라도 됐으면 좋겠다.

페어링 : 기름지고 매콤한 중식을 먹을 때는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드라이한 샤도네이가 잘 어울린다.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리즐링은 새콤달콤한 토마토 계란볶음과 찰떡궁합일 듯.

3.종로 계림 닭도리탕

50년 명맥을 이어온 ‘마늘폭탄’ 닭볶음탕 전문점, 종로 계림 닭도리탕. 종로에 본점이 있고 최근에 서울 곳곳에 체인점이 들어서면서 배달 서비스도 본격화 됐다.

계림 닭도리탕에 배달 주문만 최소 20번은 넘게 시켜먹었다고 할 수 있을만큼 필자의 단골집이다. 개인적으로 종로 본점은 나름 ‘갬성’은 있지만 북적이는 시장통 분위기라 한 번 방문 이 후 찾지 않았다.

비조리식으로 주문하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두고두고 조리해 나눠 먹을 수 있다. 구성은 커다란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반 정도 익힌 닭볶음탕과 대파, 어마어마한 양의 다진 마늘, 깍두기와 소스, 떡이 온다. 조리법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만큼 단순한데, 모두 냄비에 넣고 끓이면 그만이다. 집에서 먹어도 본점만큼 맛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더 맛있다. 조용히 맛을 음미하며 ‘안전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일반 닭볶음탕 같은 달짝지근한 맛을 생각하지 마시라. 칼칼한 고추가루와 얼큰한 마늘 맛, 그리고 진한 닭 육수의 조화는 ‘세월의 맛’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계림을 처음 먹고 크게 감동한 지인은 입가에 벌건 양념을 잔뜩 묻히고 이렇게 말했다. “50년 전에 일당이 두둑했던 인력거꾼들이 막걸리랑 먹었던 안주가 이런 맛일까? 눈 앞에 종로 돌담길이 보이는구만.”

별점 : ★★★★★

한줄평 : 가격도 착해, 맛도 좋아, 배달도 빨라. 뭐 하나 빠질 것이 없는 배달 맛집이 된 닭볶음탕 집. 을지로 직장인은 계림의 명성을 익히 알지만 동네 사람들은 아직 잘 모르는 듯. 후기글을 보면 “생각보다 맛있어서 너무 놀랐다”는 글이 대부분이더라.

페어링 : 냉동실에 얼려 둔 질 좋은 보드카를 꺼내 먹는 추운 계절이 온다. 보드카를 냉동실에 두면 시럽처럼 쫀득 해지고 특유의 알코올향은 약해져 색다른 술로 변한다. 여러가지 술과 계림을 함께 먹어봤지만 겨울에 먹는 보드카와 조합이 최고였다.

배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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